이 게임의 당사자는 당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 불리던 대영제국과 막강한 권력의 차르가 다스리던 러시아 제국이었다. 우랄산맥 서쪽에 자리 잡았던 러시아제국은 우랄산맥을 넘어 아시아로 진출한 이후 일사천리로 우리나라와 맞닿은 극동지역까지 자신들의 영토를 넓혔다. 그리고 베링해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의 북단 알래스카까지 진출하여 유럽과 아시아의 북부를 관통하는 대제국을 건설한다. 그러나 광활한 땅을 가진 그들에게 절실했던 것은 겨울에도 얼지 않는 항구, 즉 부동항을 얻는 것이었다. 부동항을 얻기 위한 러시아 제국의 남하정책은 또 다른 강자 대영제국과 끊임없이 충돌하였고, 그 중에서도 가장 커다란 충돌이 벌어진 곳이 바로 중앙아시아였다.
중앙아시아의 바로 남쪽에는 ‘영국의 보물’ 인도가 자리 잡고 있었다. 러시아세력과 영국 세력 사이의 완충지역이기도 했지만, 서로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가장 큰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곳이 바로 중앙아시아였다. 바로 그 그레이트 게임을 위해 출전한 젊은이들은 각자 장교, 선교사, 상인, 탐험가, 과학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나 모두 이 위대한 게임에서 자신의 나라에 승리를 얻어오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비록 중앙아시아인들의 입장에서 '제국주의 침략자'라고 불려야 할지라도, 그 젊은이들이 보여준 도전과 열정은 그레이트 게임을 뜨겁게 달구기에 충분했다.
그레이트 게임의 저자 피터 홉커스는 수십 년 동안 이곳에서 벌어진 영국과 러시아의 치열한 외교적, 군사적 다툼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그리고 그는 아직도 그 게임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러시아의 후예 소비에트연방이 한때 봉건적인 종교통치로부터 해방을 위한다며 아프카니스탄을 점령하여 이 길고도 긴 게임에 종지부를 찍는 듯했다.
그러나 10여년의 처절한 저항 끝에 아프카니스탄은 다시 소련군을 자신들의 고원에서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영국의 후예인 미국은 현재 테러와의 전쟁과 민주화를 구실로 아프카니스탄을 점령하고 있지만 소련이 겪었던 것과 다름없는 끝도 없는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중앙아시아를 점령한 이들은 각자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중앙아시아가 가진 지정학적 중요성 그리고 그에 더해 풍부한 지하자원이라는 실리를 얻기 위한 싸움인 그레이트 게임을 지속하고 있다 전과 다름없이 이어지고 있다.
서쪽으로 흑해에서 출발해서 카스피해와 아랄해를 지나 동쪽으로 중국의 서쪽 국경까지. 북으로는 러시아로부터 남으로는 인도의 북쪽 국경까지. 그레이트 게임의 무대가 된 이 지역에는 투르크메니스탄, 아프카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름의 나라들이 자리 잡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나라와 교류도 적었던 터라 멀게만 느껴지지만, 혈연적, 문화적으로 우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며, 지금은 많은 한국기업들이 진출한 곳이기도 하다. 그 광활한 무대에서 펼쳐진 강대국들의 길고 긴 싸움은 물론 폭력과 비극의 역사였다.
평화의 섬을 꿈꾸는 제주. 그리고 명실상부한 국제화 시대를 앞둔 제주가 그 역사에서 배울 교훈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해주는 책, 바로 중앙아시아를 둘러싼 숨겨진 전쟁의 기록 ‘그레이트 게임’이다.
<박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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