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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7/23 [생태칼럼]자연 앞에서의 겸허함
아시아 대륙의 정중앙에 위치한 러시아 연방의 투바공화국은 러시아 사람들도 잘 모를 만큼 작은 나라다. 몽골 사람들이 그렇듯이, 투바 사람들도 우리나라 사람들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생김새가 닮았다고 한다. 마치 시베리아 호랑이와 한국 호랑이처럼 말이다. 이들은 샤먼을 매개로 한 샤머니즘을 굳게 믿고 있어 모든 자연에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새로 음식을 하면 마치 우리가 ‘고수레’를 하듯 주변에 뿌려 먼저 자연의 정령들을 대접한다고 한다. 투바인 사냥꾼들은 지금도 시베리아의 숲에서 짐승을 잡는다. 그러나 스포츠를 즐기듯, 혹은 정복욕으로 사냥을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냥을 앞두면 그 동물이 듣기라도 하는 듯 말조심을 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곰을 잡으러 갈 때는 곰이라는 단어를 절대 내뱉지 않고 그저 ‘할아버지 만나러 간다’거나 ‘영감님 모시러 간다’고 말하는 식이다.
비슷한 예로 북미의 인디언 부족 중에는 사냥감을 잡기 전에 반드시 ‘내가 왜 너를 잡아야 하는가’를 설명하는 부족이 있다고 한다. 들소를 잡으면서 ‘너를 잡지 않으면 우리 가족이 굶주리고, 추위 속에서 겨울을 날 수 없다’고 설명을 하는 식이다. 물론 어떤 사람은 어차피 잡아먹는 건 마찬가지가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천년을 인간과 공존하며 드넓은 북미 대륙을 가득 채웠던 들소들이 유럽인들이 도착하면서 사라져버린 것은 단지 총이라는 기술 때문이었을까? 오히려 최대한 많이 잡고 그 가죽을 팔아서 돈을 벌자는 실용적인 정신이 더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똑같이 들소를 잡았지만 조심스럽고 미안한 마음으로 생존에 꼭 필요한 만큼만 잡는 이들과 그저 잡아야 할 짐승으로 보고 경쟁적으로 잡아대는 이들의 차이, 즉 자연을 대하는 마음의 차이가 존재했던 것이다. 결국 북미에는 마지막 한 마리 들소까지 모두 사라지고 유럽에서 데리고 온 소들의 천지가 되었다. 그리고 들소를 대신한 소들 역시 지구상에서 가장 우울하고 위험한 방식으로 사육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럽인들이 인디언을 몰아내고 풍요로운 북미 대륙을 차지한 것은 ‘자연 앞에서의 겸허함’이 사라지고 ‘자연 위에 군림함’의 세상이 되었다는 상징인 것이다.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위해서는 첨단기술이나 수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대자연 앞에 겸허함’을 갖는 것이다. 그런 마음 없이 기술과 돈을 퍼부어 지구를 구할 수 있을 만큼 인간이 위대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의 과학적인 성과들이 있음에도 인간은 엄청난 잘못들을 저질러 오지 않았는가? 참으로 두렵다. 4대강을 파내고 보를 설치하는 것이 4대강을 살리는 것인지, 아니면 죽이는 것인지 상반된 주장이 오고가는 중에 이미 그 대공사는 시작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자연 앞에 보잘것없는 인간들에게는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장담할 능력이 없다.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세금이 들어갈 그 거대한 계획 속에 자연 앞에서 인간이 가져야 할 겸허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과연 그 계획을 세운 사람들이 정말 한 순간이라도 사냥을 앞둔 투바인 사냥꾼과 같은 마음으로 우리의 강을 바라봤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는 확신이 드는 만큼 4대강의 미래가 두렵게만 느껴진다.
경향신문 2009년 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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